posted by 벼루_ 2021. 9. 23. 21:13

 CUFFS에서 2005년에 발매한 데뷔작인 벚꽃매듭 을 올 클리어 했습니다.

 보이스도 없는 구작이긴 하지만 다른 분들의 리뷰가 제법 호평이였고 일러스트도 마음에 들어서 잡게 된 작품인데 뭔가 첫 인상과는 상당히 다른 느낌의 작품이였네요....

 첫 인상은 둥글둥글하고 작은 일러와 잔잔한 분위기때문에 치유물이라고 생각했고 실제로 중간에 시한폭탄을 들고 살얼음판을 걷는 느낌을 받긴 했지만 소꿉친구인 모미지와 후배인 카렌루트는 주인공과 여동생인 사쿠라의 성장드라마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성장물의 느낌이 강했습니다.

 그리고 구작이라 보이스가 없어서 제대로 집중해서 플레이 할 수 있을까? 걱정 하기도 했지만 잔잔한 분위기와 BGM, 그리고 주인공의 심리묘사때문에 지루하지 않게 플레이한 미연시였습니다.

 카렌루트는 여동생의 친구이자 후배로 그냥저냥 스토리 자체는 무난했지만 중간에 사쿠라와의 갈등과 카렌이라는 매력적인 캐릭터를 보는 맛에 했네요.

 평소에는 우등생이지만 주인공에게만 보여주는 모습과 갭모에 그리고 무엇보다 마지막 대사와 함께 엔딩이 마음에 든 이야기였습니다.

 다른 히로인이자 소꿉친구인 모미지는 치유물이였네요.

 진짜 이 모미지덕분에 그나마 주인공이 그동안 아슬아슬 줄타기를 했지만 망가지지 않고 인간다운 인간이 되었고 결국은 생각합니다. 그래서 이야기의 분위기 자체도 가장 따뜻한 느낌이 듭니다.

 그냥 모미지 루트는 전반적으로 전부 좋았지만 특히 아래의 CG에서 나오는 고백씬은 너무 좋아서 몇 번을 다시 봤네요  ㅋㅋ 진짜 소꿉친구 히로인으로 대대 만족한 히로인였습니다.

 사쿠라와의 관계도 성장도 그리고 연인과 주변환경까지 가장 이상적으로 매듭을 지었기에 주인공 입장에서는 모미지루트가 가장 행복한 선택지였을 겁니다.

 개인적으로 이 작품에서 가장 마음에 드는 히로인을 꼽으라고 하면 주저하지 않고 모미지를 꼽을 것 같네요. 저는 왜 이런 소꿉친구가 없는지... ㅠㅠ

 

 마지막으로 문제의 사쿠라루트...

 제목부터가 사쿠라무스비 이고 홀로 END이 2개 있어서 사실상 트루엔딩인데 매운맛이더라구요.... 다른분이 리뷰에서 적으신것처럼 천진함과 광기의 이야기였습니다.

 그리고 이 작품의 알파이자 오메가였구요. 솔직히 다른 루트도 좋긴 하지만 이 작품을 하는 이유를 꼽으라고 하면 사쿠라루트를 하기 위해서라고 생각합니다.

 잔잔하고 동글동글한 일러와 함께 순수하게 주인공에게 '좋아' 라는 마음을 천진난만하게 주인공에게 근친을 강요해오는 사쿠라와 홀로 남은 사쿠라를 지켜줘야한다는 강박관념이 뒤죽박죽 섞여 점점 주인공을 벼랑 끝으로 몰리면서 피폐해져가는 주인공....

 여동생인 사쿠라가 부딪혀오는 생각, 오빠로써의 마음, 남자로써의 마음, 주위의 시선 등등.... 누구에게도 말 할 수 없는 고민과 주의의 압박때문에 점점 미쳐가는 주인공......

 이런 천진한 광기때문에 점점 무너져 가는 주인공의 심리를 독백으로 묘사한 것이 이 작품의 가장 큰 어필 포인트라고 생각합니다.

 이런 광기때문에 사쿠라 루트는 유일하게 해피엔딩과 배드엔딩으로 나눠지는데 개인적으로 해피엔딩을 선호하긴 하지만 벚꽃결말 이라는 작품에 어울리는 결말은 배드엔딩이라고 생각합니다.

 해피엔딩은 뭔가 억지로 해피엔딩을 만들었다는 느낌이 들어서 비극이긴 하지만 마지막의 마지막까지 주인공의 마음을 제대로 묘사한 배드엔딩쪽에 1표를 넣어주고 싶네요.

 

 

 제목인 사쿠라무스비에서 사쿠라는 새로운 시작을 알리는 벚꽃과 여동생인 사쿠라를 의미하고 무스비는 매듭, 매듭짓다 등 끝의 의미함과 동시에 벚꽃매듭은 주인공의 학교에서 졸업식때 졸업생들에게 달아주는 장식물을 의미하기도 합니다.

 벚꽃이 피는 계절에서 시작해서 벚꽃매듭에서 끝나는, 시작과 끝의 이야기였다고 생각되네요.

 그리고 아래는 주인공의 카페의 다이오드님이 쓰신 감상글에서 발췌해온 글로 주인공의 심리가 제대로 묘사된 독백입니다.

개인적으로 이 작품을 가장 잘 보여주는 독백이라고 생각합니다.

 

 

벚꽃 아래에는, 시체가 묻혀있다―――――

이건, 틀림없는 사실이다.

언젠가 어디에선가 들었던 이야기.

그리고 그 이야기는, 분명 틀리지 않았다.

붉은 꽃.

생명을 빨아올리고, 다시 그 생명을 흩뿌린다.

미친 듯이 흐드러지게 피는 벚꽃 아래에서, 나는 아마 미쳐있었던 걸지도 모른다.

내가 미쳤기에, 사쿠라가 미친 것처럼 보이는 걸까.

사쿠라가 미쳤기에, 내가 미친 것처럼 보이는 걸까.

사쿠라가 미쳤다면, 그 사쿠라가 보는 나 역시 미쳐있을 테지.

필연적으로, 나는 미쳐있다는 이야기다.

사쿠라.

나를 미치게 한, 사쿠라.

귀여운 사쿠라.

아름다운 사쿠라.

네 몸은, 얼마나 많은 피를 빨아들였을까.

피고는 지고, 피고는 지고. 그리고 그 때마다 너는 새로운 생명을 빨아올린다.

네가 죽으면, 너에게 목숨을 바친 사람들은 돌아올까.

내가, 사랑했던 사람들――――――

사랑했던 사람들을 양분으로 삼아 살아가는 너를, 나는 사랑할 수 있을까.

너를 사랑하면, 그 사람들을 사랑하는 게 되는 걸까.

사랑하고 싶다.

처음부터 마지막 순간까지 너를 끌어안고서.

죽이고 싶다.

숨이 끊어지는 그 순간까지 고통스럽게.

네 안에는 그 사람이 있다.

이 얼마나 사랑스럽고, 또 역겨운 이야기인가.

https://cafe.naver.com/caians/2439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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