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sted by 벼루_ 2024. 10. 20. 12:42

 라이어 소프트에서 올 9월달에 발매한 미즈치의 무녀를 올 클리어 했습니다.

 라이어 소프트 작품은 매 작품마다 신선한 소재를 들고 오고 이번에는 좋아하는 소재인 전기물과 마을의 인습, 1000년 전의 인연이라는 취향 저격의 소재를 들고와서 상당히 기대했는데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영 별로였던 작품이였습니다.

 작품의 시작은 방학 기간동안 전국을 여행하던 도중에 한 외딴 섬으로 온 주인공 앞에 왠지 모르게 친근감을 느낀 소녀와 만나서 그 섬에 중장기 체류를 하게 되면서 이야기의 문이 열리는데 그 섬은 현대라고는 생각할 수 없는 이상한 여러 인습들이 존재하는 섬이였습니다.

 히로인이자 신사의 무녀인 시즈카는 섬을 지배하는 신사인 주인인 야타로우의 명 때문에 태어나서 한 번 도 마을 밖으로 나가본적이 없으며 그런 시즈카를 야타로우의 친딸인 미스미인 묘하게 적대합니다.

 거기에 미즈치라는 교룡신앙이 강하게 남아 있고 주인공인 이오리와 시즈카뿐만이 아니라 미스미와 외지에서 온 아스카등과 알 수 없는 과거의 기억을 느끼고 그 기억이 1000년 전인 헤이안 시대까지 이어지는 인연임을 알게 됩니다.

 이렇게 작품 소개 자체는 상당히 흥미로워서 정보가 공개됬을 때부터 상당히 기대를 한 작품이였고 애초에 라이어 소프트라는 브랜드를 좋아했기 때문에 더 기대한 작품이였습니다.

 그래서 1000년의 인연이라는 소재와 헤이안 시대부터 시작한 전생이라던지 윤회라던지를 소재로 한 애절한 사랑 이야기를 멋대로 상상하여 정식 한글화까지 되었던 구원의 반 같은 이야기를 기대했는데 상상과는 상당히 달랐던 이야기였네요.

 

 

 우선 가장 아쉬웠던 점은 애절 사랑 이야기보다 전기물 요소가 상당히 강했던 점이였습니다.

 차라리 전기물의 요소가 강했으면 헤이안 시대 이야기를 길게 그리던가 현대편에서 관련 이야기를 많이 했으면 납득이라도 갔을텐데 양 쪽 다 딱히 흥미를 느낄 만큼의 퀄리티가 아니였습니다.

 

 특히 중요했던 헤이안 시대 이야기를 분량도 적고 개연성도 떨어져서 마지막 결말 말고는 여러모로 아쉬운 점이 많았던 이야기였네요.

 교룡인 미즈치와 시즈카의 1000년 전의 인연으로 시작되었던 길고 긴 주박은 시작과 결말은 괜찮았지만 그 과정의 묘사가 쉽게 몰입이 안된점이 아쉬웠네요.

 그래도 초반부의 마을의 인습을 장막 넘어로 살짝살짝 보여주면서 긴장감을 느끼게 하거나 묘한 떡밥을 뿌리고 일부러 잘 못 된 방향으로 의도하는 등의 장치를 좋았다고 생각합니다.

 거기에 인간의 시점으로는 영겁처럼 느껴지는 1000년이라는 세월을 감내하는 동기로 충분히 유저가 납득하고 찬동할 수 있는 동기로 묘사한 것도 좋았던 요소 중의 하나였습니다.

 추가로 히로인들의 캐릭터성도 마음에 들었네요.

 시즈카를 필두로한 히로인 진영은 물론이고 미스미와 리코도 메인 히로인은 아니였지만 각자의 위치에서 본인의 매력을 잘 보여줬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모든 일의 근원인 미즈치 마저도 그 뒤틀린 성격와 아집을 소름끼치게 묘사하여서 적과 아군을 가리지 않고 캐릭터 보는 맛 하나는 제대로인 작품이였네요

 

 전반적으로 프롤로그 부터 에필로그까지 전체의 스토리는 딱히 모난 점 없이 그냥저냥 무난하긴 했는데 라이터의 필력 문제인지 배틀씬과 H씬이 너무 노잼이여서 머리속에 안들어 왔네요.

 H씬은 대부분 스킵하니 그냥 넘어간다고 해도 작품의 한 축을 담당하는 배틀물은 해당 씬에서 카타르시스를 느껴야 되는데 전혀 몰입이 안된 점이 이 작품의 가장 큰 약점이라고 생각합니다.

 그 외에도 뭔가 전개 자체가 약간 어수선 하다고 해야하나? 이리저리 왔다갔다만 하고 실속은 없는 느낌이라 중간중간 집중이 안되는 파트들이 많았고 마지막 에필로그 마저 개인적으로 취향이 아닌 방식으로 끝내버려서 더더욱 아쉬웠던 이야기가 됬던 것 같습니다.

 

 

 

 이러한 단점들 사이에서 끝까지 할 수 있었던 점은 초반부의 분위기와 더붙어 중후반부터 활역하는 미스미와 토오루덕분이였습니다.

 미스미는 첫 등장부터 메인 히로인인 시즈카보다 훨씬 더 눈이 갈 정도로 마음에 든 캐릭터였고 특히 주인공 앞에서는 갑자기 소극적으로 움츠려드는 모습이 넘넘 귀여웠습니다.

 거기에 안타까운 과거사와 그로인한 주박을 비롯하여 주인공과 전생에 인연이 있었던 점, 시즈카에게 질투를 태우는 점 등등 좋아하는 요소가 상당히 많았던 히로인이였고 후반부에서도 좋은쪽이던 나쁜쪽이던 종횡무진 활약하는 모습이 보기 좋았던 캐릭터였습니다.

 그리고 토오루! 이 작품에서 최고의 캐릭터를 꼽으라고 하면 주저하지 않고 토오루를 선택할 정도로 가장 마음에 드는 캐릭터였습니다.

 자세한 것은 작품 전체의 네타로 이어질 수 있어서 길게를 묘사하지 못하나 제가 처음에 이 '미즈치의 무녀'에서 기대했던 것을 대부분 가지고 있는 캐릭터였고 서사도 너무나 마음에 들었네요.

 진짜....진짜 이 작품속에서 가장 빛나는 요소는 다른 무엇도 아닌 이 토오루의 존재와 서사였다고 생각합니다.

 이렇게 토오루랑 미스미가 진짜 행동부터 마지막까지 너무 마음에 들어서 지루해질 수 있었던 후반부를 하드캐리한 느낌이였네요.

 주역들은 구조 상 반갑이 안들 수 없는 구조이기도 했고 특히 시즈카는 작품에서 엄청나게 푸쉬해준것에 비해서 뭔가 상당히 정이 안갔네요......

 오히려 위해서 말한 미스미와 토오루는 물론이고 서브 커플인 아스카와 리코의 관계성이 마음에 들고 이 두 명 중에서도 리코가 엄청 맘에 들었습니다.

 소꿉친구라는 관계성도 좋았지만 리코의 심지굳은 모습과 그로 인해 아스카가 실시간으로 변해가면서 과거의 주박에 벗어나는 모습이 가장 히어로라고 해도 손색이 없을 정도였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개인적으로는 이 두 명의 이야기를 어팬드 등으로 내웠으면 하는 조그만한 바람이 있긴 합니다.

 
 

 기대했던 것보다 여러모로 아쉬운 작품이긴 하였으나 그래도 마지막까지 하차하지 않고 올 클리어를 하긴 했으니 못할만한 재미가 없는 미연시는 아니였다고 생각되네요.

 라이어 소프트 답게 주류의 미연시와는 다른 신선한 맛이 있어고 일러스트도 나쁘지 않고 호평해줄만한 캐릭터와 전개도 있어서 그냥저냥 한 번은 해볼만한 작품이라고 생각되네요.

 다만 순애같은 인상을 하고는 다크게에 나올법한 설정과 단순히 묘사로 끝나는게 아니라 실제로 당하는 장면들이 여과없이 나오므로 순애물만 하는 유저분들에게는 거부감이 있을 것 같습니다.

 저도 플레이 하면서 굳이 이런 장르의 이런 분위기에서 저런 묘사가 적나라하게 묘사가 필요하나? 라는 거부감이 들긴 했네요.

 에로게여서 H씬이 필요한건 이해가 가고 라이어 소프트이기에 브랜드 이미지와 완전히 망가트리는 요소는 아지긴 하지만 그래도 이 '미즈치의 무녀'에서는 굳이 필요했나? 라는 생각이 강하게 들긴 했습니다.